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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루 와의 작은 소동이 있은 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비는 바로 멎었다. 그리고 나와
루는 이후 아무 말 없이 조용히 해변가를 걸어 집에 도착했고, 그런 우리를 외삼촌은
따뜻한 밥을 차려놓은 채 맞아주었다.



 달그락.달그락.



 식사는 조용했다. 나는 루의 얼굴을 흘낏흘낏 쳐다보았지만, 루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한숟가락도 대지않은 나의 밥까지 자신의 앞에다 가져다놓은채, 무표정한 얼굴로 조용히
밥을 먹었고, 그런 분위기의 루에게 왠지 말을 걸 수가 없어 나도 조용히 밥을 먹었다.
이런 나와 루를 번갈아 쳐다보던 외삼촌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물었다.



 "너 루하고 싸웠지? 그렇지?"



 "하아~ 그런거 아녜요~"



 "그럼 지금 이 분위기는 어떻게 설명할건데?"



 "그거야.. 하아.. 됐어요~ 아저씨가 상관할거 아니잖아요~"



 "...응? 아저씨??"



 "...어? 그러게 내가 왜그랬지? 죄송해요.. 외..삼촌"



 피식.



 "괜찮아~ 그리고 말하기 힘든 일이면 묻지않으마. 밥 식겠다. 아차.. 반찬이라도 어서
잘 챙겨먹어라."



 "네."



 덜그럭.덜그럭.



 덜그럭.덜그럭.



 우리의 식사는 그대로 조용히 이루어졌다. 그리고 어제와 마찬가지로 식기를 모두 정리해
싱크대에 넣은 루가 2층으로 올라가자, 나도 밥을 다 먹은 식기를 싱크대에 정리해 넣고는
식기를 설거지하기 시작했다. 그 때까지도 1층에 있는 자기 방에 들어가지 않은 외삼촌은
내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다리 한 쪽을 옆에 있는 식탁의자에 얹어놓고 커피를 홀짝대며
마시고 있었다. 그렇게 조용히 설거지 거리가 닦이며 덜그럭거리는 소리만이 주방을 울리고
있을 때, 설거지하고있는 나의 등 너머로 외삼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우야. 복잡한 일이 있거나, 왠지 무언가 답답할 땐 말이다. 네 머리로만 그 일을 풀려
하지말고, 마음으로 받아들이려 해봐라. 항상 그런건 아니지만. 세상에는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 만이 정답인 경우가 가끔씩은.. 일어난단다."



 "..."



 " 자아~ 그럼 나머지 설거지 깨끗하게 마무리하고, 올라가 쉬어라~ 난 먼저 들어가마~"



 "..편안히 주무세요"



 씨익.



 "오냐."



 타악!



 덜그럭.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릴 때와 거의 동시에 나는 하던 설거지를 마무리지었다. 그리고
알듯 모를듯한 외삼촌의 말을 곰곰히 되씹으며, 2층에 있는 내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끼익끼익.



 끼익끼익.



 계단을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 마다 끼익거리는 나무의 소리가 정감있게, 혹은 무섭게,
그리고 구슬프게 마저 들린다. 내가 너무 감성적으로 변할걸까 싶다. 요즘은 왜 이렇게 쉽게
감정에 휘둘리는건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계단을 다 올라온 나는 복도를 바라보며
내 방에 가려는 도중. 옮기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 Less.. 루의 방."



 사실, 루에게 묻고싶은게 너무나도 많다. 나에게 왜 그랬느냐고, 무슨 이유와 감정으로
나에게 그런 행동을 한 것이냐고,, 하지만 나는 단지 그녀의 방문 앞에 서 있을 뿐 그녀의
방 문을 열 수 조차 없었다. 분명 지금 들어가게 된다면 궁금증은 간단히 풀리겠지만, 나의
본능은 그것만큼은 절대로 바라지 않고있는 듯 했다.



 피식.



 그녀의 방 문을 바라보고 있던 내 몸을 바람빠지는 웃음과 함께 왼쪽으로 돌려세웠다. 그리고
내 방을 향해 한 걸음을 옮기는 순간.



 또르르..



 "어..? 왜..?"



 나는 나조차 이유모를 눈물이 내 뺨을 타고 흘러내리자 당황해 금새 닦아내었다.



 '어제오늘 이상한 일을 많이 겪어서 그런가..'



 터벅터벅.



 난 잘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힘겹게 옮겨, 'Hope'라는 단어가 새겨진 내 방문 앞에 도착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후우.."



 내가 왜 한숨을 쉬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단지.. 많이 피곤해서 그럴것이다.. 이제 내 방에
들어가 한숨 푹 자고나면 금새 다시 기분이 좋아지겠지.. 이러한 생각을 하며 나는 방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철컥 끼익..



 "으응..?"



 "조금 늦었네?"



 "뭐..뭐야.. 너가 왜.."



 나는 방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옆 방에 있어야 할 루가 이미 나보다 먼저
내 방 안에 들어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루는 당황하고 있는 나에게 서두없이 먼저 말을 꺼냈다.



 "아까 있던 일은 미안해."



 "아.. 그건 괜찮.."



 "그리고..! 앞으로도 미안해.. 내가..정말..많이.. 미안해.."



 "응..? 뭐가 미안하다는.."



 터벅터벅!



 탁..철컥!



 그녀는 내가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내 옆을 스쳐지나, 조금 열려져있던 내 방의 문을 닫으며, 내 방에서
나가버렸다. 나는 갑작스레 벌어진 일에 나가는 그녀를 붙잡지 못하고 멍하니 방 한가운데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뭐야.. 자기 할 말만 하고 그냥 가버리는게 어디있어.. 응..? 그러는게 도대체 어딨냐고.. 그렇게 가버리면
나는 뭐가되는데.. 흐으윽.. 흐윽.. 그러는게 어딨어.. 끄흐으윽.. 어엉..? 내가.. 왜.. 울고있는거..으윽..
끅.. 끄윽... 끄허엉..!! 으어어어엉!!!"



 나는 그녀가 내 방에서 나가버리자 그녀의 행동이 너무나 마음에 안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미웠다. 이런 날
혼자 내버려두고 떠나버린 그녀가 너무너무 미웠다. 그래서.. 슬펐다. 얼마나 슬픈지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큰 슬픔이.. 온 몸에 사무치는 거대한 슬픔이 파도처럼 나에게 밀려들어왔다.. 내가 왜 이러는지 잘
모르겠지만.. 난 그녀에게 너무나.. 너무나..미안하고.. 고맙고.. 또.. 슬펐다..



.



.



.



.




 나는 내 방 안에서 울고 또 울었다. 그렇게 도대체 얼마동안이나 울고있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렇게 방 한가운데서
오열하고있던 나의 귀에 집중하지 않으면 듣지 못할 정도의 아주아주 작은 소리가 미세하게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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