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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부] - 完




쿠구궁!! 



삐용삐용!!



"빨리빨리 옮겨! 뭐하고들 있어!!"



".. 차려.. 아저.. 차려요!.. 아저씨!!.."



"..으음.."



 내가 감았던 눈을 떳을 때,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외삼촌 댁이 아닌 기찻길 주변,
아수라장이 된 한복판의 길바닥이었다. 무언가 넘어진 듯 쓰러진 거대한 물체 주변으로
검고 매캐한 연기가 사방을 뒤덥고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쓰러진채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제대로 서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주변 상황은 거의 
전쟁터와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나는 그러한 상황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지만 억지로 눈에 힘을 주고 힘겹게 주변을 살펴
계속 내 앞에 있었던 듯한 소방관 한명이 나를 향해 아주 큰 목소리로 무언갈 소리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아저씨!! 정신 좀 들어요?! 걸을 수 있겠어요?! 현재 시각! 오전 10시 24분! 여기 생존자 한명
더 발견했습니다!! 구조팀 빨리 투입해요!! 당장!!"



 "끄응.. 이게 어떻게.."



 나는 급히 구조팀을 부르고있는 소방관에게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겨우 짜내어 물었고,
그 소방관은 격한 목소리로 나에게 대답했다.



 "기차 전복 사고입니다! 환자분은 기적같이 살아났습니다! 방금 전 까지도 숨이 멎어있었는데..
어찌됐든 정말 하늘이 살렸습니다..!"



 "..끄응.. 그게 무슨.. 나는 여태 루.. 아.. 아니.. 은지는.. 아.. 은.. 지..?!"



 나는 소방관의 말을 잠시 이해하지 못하고, 마지막으로 기억났던 일들을 중얼거리고 있는 데, 내가 
말하는 걸 듣고 있던 소방관은 고개를 떨구며, 매우 안타까운 감정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함께 계셨던 여자분은.."



 나는 깨질듯이 아파오는 머리를 한 손으로 감싸고 내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때 내가 볼 수 있었던 건,
온 몸에 피범벅이 되어, 내 옆에 가지런히 누워있는 루(淚).. 아니.. 나의 사랑하는 아내 '은지'였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나는 나의 옆에 누워있는 은지를 보고 사고가 멎어버려 어떤 말도 하지못하고, 그녀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레 매만지려 하는 데, 나를 깨웠던 소방관의 조슴스런 목소리가 내 등 뒤에서 들려왔다.



 "..함께 계셨던 여자분은.. 환자분이 사고를 당할 때, 환자 분을 온 몸으로 끌어안고 있었던 탓에.. 이미.."



 "으어.. 아.. 아냐.. 안..아아..아아으아!!..안..돼....!!..끄으윽..!!"



 나는 소방관의 말을 믿지 않았다.. 아니, 믿을 수가 없었다. 내가 죽었으면 죽었지 그녀가 죽다니..
18살 때 부터 10년 동안을 서로 꾸준히.. 그리고 열렬히 사랑해 온 그녀에게 나의 부모님을 소개시켜주러
가는 길에... 이럴수는 없다.. 차라리.. 내가.. 내가.. 내가..."



 "..왜? 네가 죽는게 그녀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나?"



 나는 뒤에서 들려온 너무나도 익숙한, 소름끼치도록 담담한 그 목소리에 은지를 향한 내 눈길을 거두지 않고
대꾸했다.



 "..나는.. 내.. 목숨보다...더.. 그녈..사랑했다.."



 " 흐음.. 그래.. 그런데 말야 자네. 자네가 졌다네. 그녀는 자네가 그녀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자네를 사랑한
모양이네. 사실은 이번에 그녀가 아니라 자네가 갔어야 하거든."



 나는 그에게 울부짖었다.



 "왜!!!! 그럼 날 데려가야지 왜!!!!"



 " 그런데말야.. 그녀의 염(念)이 너무나 강렬했다네.. 너를 다시 한번 만나고 싶어하는 그녀의 염(念)말이야.
그래서 난 너희 둘 모두에게 공평하게 기회를 주었지. 두 가지 기회, '희망(Hope)' 과 '그것이 없는(Less)'
이 두 가지를..  허허. 자네?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아. 두 사람 다 살리지 그랬느냐고? 웃기지도 않는
소리. 세상에는 인과율(因果律)이란게 존재하는 데 난 그걸 지키기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어기려고 존재하는게
아니거든, 뭐. 어찌되었건 그녀는 널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지. 현실에서도, 또한 '그 곳'에서도.. 정말
아름다운 자기 희생이었어. 그리고 곧, 그녀는 고귀한 하늘(天)의 눈물(淚), 스스로 '천 루(天淚)'가 되어버렸지.
희생하는 자의 고귀한 영혼은 반드시 하늘로 올라가게 되어있거든. 흐음.. 결국 내가 너에게 마지막으로 알려줄 수
있는 단 한가지는.. 이것이야말로 너희 스스로 택한 운명이라는 것이다."



 "끄흐으윽.... 은지야아... 으윽...끄허엉..!! 끄어어엉..!!! 끄으으윽..!!!"



 "으음? 그 정도는 어렵지않지. 자네에게 전해줄 말이 있다고 하는군."



 " 끄흐윽..흐으윽...?"



 나는 들려오는 목소리에 피범벅, 눈물범벅인 얼굴을 들어 '그것'을 바라보았고, '그것'은 나를 바라보더니 옅은 미소를
띄며 말했다.



 "비는 바다가 자신의 존재를 기억해주는 것이면 족하다네, 그리고.. 또 바다에서 비로 둘로 나뉘었지만, 다시 하나가 될
그 때를 기대하고 고대하며, 기다리겠다는군.. 훗. 자네는 내 여태 본 사람 중 가장 행복한 사내로구만."



 나는 '그것'을 통해 전해지는 은지의 진심에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끼며, 내 눈앞에 있지만 보이지않고, 이 세상에선
다시 만나지 못할 은지를 향해 다 쉬어버린 목소리를 쥐어짜 크게 외쳤다.



 "크흐윽...은지..야..미안..해...고마워...그리고...사..랑...해..!!! 크흐으윽...!!!"




.



.



.



.




 몇 시간 뒤, 모두가 떠나버린 사고현장. 수 십명의 혈흔과 전복된 기차만 남아 처참했던 당시 사고상황을 짐작케하는
폐허가 되어버린 그 곳에 형체 없는 목소리 하나가 허공에 울렸다.




 " 이만 가지. 남편에게 할 말은 다 전한듯한데? 으흠.. 더 이상 지체되면 안된다.  
인연이란 돌고돌아 다시 만나게 되는 법.
내세에서는 다시 한번 만나게 될 터인데 무엇을 그리 아쉬워하는가. 어서 가자, 하늘에서도 기다린다. 
고귀한 희생의 '천 루(天淚)'여. 비가 바다에서 만들어져 다시 바다로 흘러들어가듯 . 
인연(因緣)또한 돌고도는 법. 크게 아쉬워 할 필요없다.  이어질 운명이라면 반드시
 '순리[順理]' 에 따라 다시 만나게 될 터이니.. "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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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기차


-자신의 흰 쌀밥 한그릇을 싹 비우고도, 어느새 외삼촌과 대화에 열을

올리고 있던 나의 숟가락 한번 대지않은 새 밥을 자신이 가져가 먹고 있었다.


-나는 나의 시계의 초침이 10시 24분을 가리키고 있는걸 보고..


-외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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