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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의(白衣)의 악마 ]




  다음 날, AM 06:30. 아침이 되자 난 저절로 눈이 떠졌다.
매일 피곤한 생활을 하지만 긴장한 채로 잠들기에 이는
습관이 되어버렸다. 나는 상쾌한 아침공기가 마시고 싶어
창문을 열려다 문득 할머님들과 할아버님들이 주무시는 걸
확인하고는 입원실 밖으로 나와 계단을 통해 1층으로 내려갔다.

  내가 현재 머무는 방은 2층의 왼쪽에 있고 1층은 접수처를
중심으로 왼쪽, 오른쪽으로 하나씩. 그리고 2층에는 가운데
화장실을 중심으로 왼쪽 오른쪽 하나씩 배치되어있다.
1층 접수처 옆을 지나가자 졸고있던 최 간의 동료 이 간호사가
내 발소리에 화들짝 깨며 나에게 물었다.



  "이.. 시간에 그 아픈 몸으로 어딜가세요?"

  "산책입니다."



  나는 말하고 곧장 중앙 홀 앞에있는 유리문을 향해 걸어가
문을 열고는 방으로 나왔다.



  "흐읍~ 휴우~"



  나는 숨을 크게 쉬고는 하릴없이 병원 주변을 산책하기
시작했다. 워낙 작은 병원인 탓에 산책이랄 것도 없었지만
안하는 것보단 나을테니깐. 이런 마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픈 다리로 산책하며 주변을 둘러보다 알게된 건
이 병원은 지하 1층과 연결된 주차장 입구가 있다는 것과
창문마다 쇠창살로 막혀있는 것. 이 외에 별다른 특징은
찾을 수 없었다. 병원 주변을 천천히 살피는 데 소요된
시간은 대략 15분에서 20분 사이. 다리만 멀쩡했더라면
10분이면 돌았을 작은 병원이다. 내가 산책을 마치고 다시
병원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



  멀리서 달려오는 청년은 민후. 소연의 남자친구였다.
근데 이 시간에는 어쩐일로? 하는 표정을 짓자 민후가 말했다.



  "소연이 빨리 만나고 싶어서요. 그 애는 좀 안챙겨주면
걱정되는 스타일이거든요.. 하하!"



  민후는 소연을 만나러 왔다고 얘기하며 쑥쓰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나는 그 모습에 피식 웃고는 그에게 말했다.



  "들어가지."

  "예. 근데 하늘이 좀 우중충하네요. 기분나쁘게."

  "음.."



  아침 산책을 할 때부터 느꼇지만, 어제부터 드리우기
시작한 짙은 먹구름은 오늘이 되어서도 여전히 흩어지지
않고 하늘을 뒤덥고 있었다. 얼마나 쏟아지려는지. 일단
나는 생각을 접고 민후에게 말했다.



  "여자친구가 자네보다 먼저 깰지도 모르겠군."

  "이크! 저 먼저 들어가볼게요!"



  나는 민후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그를 안으로 들여보낸 뒤,
천천히 정문을 통해 1층 중앙 홀로 들어왔다. 그리고 난
산책중에 본 지하 주차장을 향해 걸음을 올겼다.



  '지하 주차장을 궂이 닫아두여야 했을까? 그리고 그 냄새..'



  나는 걸음을 옮기며 뭔가 좀 안맞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제 최 간에게 듣기로는 분명 노인들이 많기에 항상
긴급 사태에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했는데 지하 주차장이
닫혀있다? 이건 그렇다치고 넘길 수 있다. 하지만 냄새가
났다. 병원에서는 맡을 수도 없고, 맡아서도 안되는 냄새가..



  터벅터벅.



  나는 절뚝거리며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지하 주차장에는
다를 차는 한대도 없고 오직 앰뷸런스 한 대 만이 외로이
주차되어 있었다.



 '의사나 간호사 차까지 없다고..'



  그럴수도 있다. 충분히 그럴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확연히
느낄 수.. 아니 맡을 수 있었다. 이 곳에는 익숙한 채취와
함께 짙은 화약 냄새가 남아있다. 그렇다는 건 이곳 어딘가에
위험한 무언가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걸 의미할테니..

  나는 조금씩 움직이며 한참동안 지하주차장 구석구석을
수색했다. 누가, 왜, 무엇을 위해 그런 위험한 물건을
지하주차장에 뒀는지는 아직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나는
일단 무엇이든 찾아봐야지만 무언가 실마리가 잡힐 것 같아
지하주차자을 한참 동안이나 서성였다.



  터벅터벅.



  멈칫!



  난 어두컴컴한 지하주차장을 이곳저곳 수색하다가 바닥에서
무언가 아주 작게 삐빅! 하는 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는
자리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내가 서서히 몸을 낮추어
소리의 정체를 확인하려는 순간, 멀리서 이간호사의 목소리가
지하주차장엔 메아리치며 들려왔다.



  "김현우환자분! 여기 계세요?!"

  "치잇.. 예!!"

  "얼마나 찾아다녔는지 몰라요. 아침식사 시간이에요.
어서 올라가셔야해요 다리도 않좋으시면서."



 '시간이 벌써 그렇게 지났나.'



 말꼬리를 흘리는 이 간호사의 말에 나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곳에 지하주차장이 있는지 몰랐네요. 제 차를 밖에
주차했는데 나중에 안에 옮겨둬야겠어요."



  물론 거짓말이다.



 "음.. 그러도록하시구 어서 올라가세요. 식사는 자리에
뒀으니까요."

 "예. 알겠습니다."



  가만히 나의 행동을 지켜보는 이 간호사를 향해 나는
빙긋 미소지으며 옆으로 지나쳐 가다가, 도중 살짝 얼굴이
굳어진 후, 이내 다시 평소의 얼굴로 지하주차장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는 이 간호사의 말에 따라 202호실의 내
자리로 돌아왔을 때, 난 내 침대용 책상 위에 위 아래로
덮여있는 식판과 나를 보고 있는 소연, 그리고 민후를 볼
수 있었다.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소연은 말했다.



  "아저씨 기다리느라 목 빠지는 줄 알았다구요."

  "?"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민후는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혼자 식사하시면 좀 그렇잖아요. 오지랖일 수도
있는데 저도 그렇고 소연이도 그렇고 혼자 밥 먹는걸 제일
싫어하거든요."



  그렇게 말하자 소연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밥은 같이
먹어야 제맛이지'라고 말했고, 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작은 함숨을 내쉰 뒤, 내 식판위에 얹어져있는 덮개용 식판을
옆에 치우고는 식판에 담긴 국을 한 수저 입에 떠 넣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며 미소짓던 소연과 민후가 같이 밥을
먹으려는 찰나. 나는 입에 있던 국을 다시 식판에 뱉어내고는
손수건으로 입을 닦아내었다. 그러자 밥을 먹으려던 소연은
나의 행동에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저씨. 아무리 맛이 없어도 그렇지.. 어른이 그게.."

  "먹지마."

  "..네?"

  "먹지말라고."



  갑작스레 이어진 나의 말에 소연과 민후의 눈은 휘둥그레
커졌고, 나는 미간을 찡그리며 말을 이었다.



  "국 속에 강한 수면제를 탔다. 먹게되면 죽은듯이 2~3일
동안 잠만자게 될거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아저씨? 그리고 그걸 어떻게 알아요?"

  "휴우.."



  나는 작게 한숨 쉰 뒤, 입을 열었다.



  "나는 소속을 밝히기 힘들지만.. 요원이다. 그리고 이런
일은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에는 비일비재한 경우다.



  이어진 나의 말에 소연과 민후는 벙찐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소연이 익살스런 얼굴로 말했다.



 "에~이. 그런게 어딨어요. 장난도 그런 장난을 치고 그래요?
...그런데 왜 그렇게 빤히 쳐다보는거에요?"



  나는 아직까지 내 말을 믿지 못하는 이들에게 현 상황을
각인 시켜줄 필요성을 느꼈다. 나는 나의 침대 아래에 숨겨둔
리볼버 한 정과 총알 한 발을 꺼내 그들앞에서 그것들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제서야 그들의 웃음기는 사라졌고 나는
그들에게 내가 생각하고 있는 바를 말하였다.



  "긴장하고 들어. 현 상황으로 봤을 때, 16명의 입원 환자 중
깨어 있는 사람은 소연과 민후. 너희 둘 밖에 없어. 이 정도의
강력한 수면제라면 노인들로써는 어찌할 수도 없는 수준이지.
지금 이 병원에는 의사와 최 간호사 그리고 이 간호사가 있다.
누가 뭘 꾸미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흐음.."



  나는 잠시 이야기를 끊고는 침을 꿀꺽 소리나게 삼킨 뒤,
말을 이었다.



  "이 곳 지하주차장의 화약 냄새가 짙은 걸로 볼 때, 아래에는
폭탄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흐읍..!"



  나의 말에 소연은 놀라 소리칠 뻔 했지만 그녀의 입은 뒤에 있던
민후의 제지에 의해 가로막혔다. 나는 말을 이었다.



  "지하 주차장에 방금 전에 다녀왔는데. 바닥이 비어있더구나
아마도 그곳에 숨겨둔 모양인데. 위치상으로 볼 때, 건물 붕괴의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리고 이 확신을 가지게 된 건 최.. 아니
이 간호사가 나를 데리러 지하주차장에 왔을 때, 그녀의 옆을
지나치면서 강한 화약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본래 몸에 밴 냄새는
완전히 지울 수가 없는 법이니까."



  나는 이들에게 말하며 윤영의 말은 일부로 하지 않았다.
최윤영. 그녀는 믿을만한 친구이며, 아마 이번 사건에도
이용당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에게 최윤영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나는 말을 이었다.



  "이 병원의 최 간호사는 내 고등학교 동창이다. 사건에
연루되었다면 내가 빠져나올 수 있게 도와주어야겠지.
하지만 지금의 내 상태론 혼자서 힘들 것 같다. 민후군.
도와주겠나?"

  "물론입니다. 그럼 저는 어떤.."

  "쉿! 일단 다들 얼굴을 창가 쪽으로 돌리고서 잠든척 해
어서!"



  터벅터벅터벅터벅.



  나는 이들에게 작게 말한 뒤, 나 또한 앞에 펼쳐진 작은
침대용 책상에 엎어져 죽은듯이 잠든 척 했다. 역시나 
방금 전 들린 발소리는 의사와 이 간호사의 발소리였다.
의사와 이 간호사는 내가 있는 202호실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듯 내 귀에도 그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환자들이 모두 잠들어 있네요오~? 어서 빨리 저들의
몸 속을 살펴보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하네욧!"

  "..그 버릇은 고칠 수 없는 건가요? 사람 장기를 보며 흥분
하다니.. 정말.."

  " 아아.. 상상만해도 흥분되지 않습니까?! 선홍빛의 꿈틀거리는
그 찬란한 생명력! 그 완벽한 아름다움..아아!"

  "보통 때는 얌전하신 분이 원래 이런 분이셨군요."

  "키히힛! 평소엔 착한척, 얌전한 척 하다가 돈에 눈이
멀어 환자의 장기에 손을 댄 이 간호사도 서로 피차일반
아닌가요오?! 키힛!"

  "참.. 말을 말죠. 휴우. 101호부터 시술 들어갈건가요?"

  "그래야지요. 이렇게 우리 환자들이 다들 편히 잠들었으니
어서 그들의 안을 들여다보고싶어 미치겠어요..키힛. 그리고
마지막은 저기 저 15번과 16번 환자의 탱탱하고 상큼한 장기를
본다면..아흐응..!"

  "...다 하셨으면 101호에 가시죠?"

  "예에~"



  터벅터벅터벅..



  발소리가 점점 멀어져가자 나는 눈을 뜨고 소연과 민후를
바라보았다. 역시.. 민후는 굳은 채 식은 땀을 흘리고 있었고,
소연은 패닉에 빠진 듯. 온 몸을 사시나무 떨듯이 떨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말했다.



  "정신차려! 어서!"



  나의 말에 민후는 크게 함숨을 쉬더니 본래 담량이 큰 듯
차차 원 상태로 돌아왔지만, 소연은 아직도 여전히 사시나무
떨 듯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나는 민후에게 말했다.



  "소연의 뺨을 때려."

  "그..그건.."

  "시간이 없다. 빨리."

  "...예."



  짜악!



  민후는 나의 재촉에 마지못해 소연의 뺨을 때렸고 이내
소연은 정신을 차리고 울기 시작했다. 소연은 그들을
의식하는 듯. 숨죽여 울기 시작했고, 나는 소연의 울음을
제지하지 않았다. 나는 소연을 그대로 둔 채 민후에게 말했다.



  "최 간호사.. 윤영이를 찾아. 그녀는 우릴 도와줄거다. 반드시.."
이 게시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