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의(白衣)의 악마 ]




  윤영은 생각보다 멀리있지 않았다. 나와 민후는 의사와
이 간호사가 1층으로 내려가는 것을 확인하고서 복도를
통해 반대편에 위치한 201호실을 조용히 확인했고, 그 곳에
윤영은 구석에 쪼그려앉아 소리없이 울고 있었다. 나는
그런 윤영에게 다가가 어깨를 다독여주며 그녀를 달랬다.
처음엔 흠칫하며 놀라던 윤영은 나라는 걸 알자마자 내
품에 안기고는 무서웠다며 울어댔다. 나는 품에 안긴 윤영을
조금 달랜 뒤, 내 앞에 앉히고 그녀에게 물었다.



  "어디 다친 곳은 없어? 어떻게 된 일이야? 너라면 알 수
있잖아."



  나의 물음에 윤영은 조금 떨며 대답했다.



  " 잘.. 모르겠어.. 이 간호사가 요즘 지하 주차장에 자주
가는 것이 이상하긴 했는데.. 의사 선생님도 평소와 똑같이
조용했는데..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잠도 깨지 못하시고..
으흑.. 그..리고.. 내게 허튼수작 부리면 나도 죽이고 장기를
모조리 팔아버리겠다고.. 으흑.."



  나는 이야기도중 울먹거리는 윤영을 다독이고 그간 의사의
행동 중 특이한것이 없었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윤영은
무언가 생각난 듯 아!하고 감탄사를 내뱉더니 곧이어 말했다.



  "요즘 의사선생님이 이상한 기계를 사서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걸 봤어. 무슨 기계인지는 모르겠는데 분명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셨어."

  "혹시.. 그 기계 이것저것 붉은 선과 안테나가 많이
달려 있었어?"

  " 으..응.. 그랬던 것 같아."

  "제길.. 칫!"



  나는 윤영의 말에 혹시나 싶어 내 휴대폰을 켜 보았으나
역시 예상대로 먹통이었다. 나는 불안한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는 윤영과 소연 그리고 민후에게 말했다.



  "강력한 방해전파야. 이걸로 병원 안에서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게 됬다.. 후우.. 하지만 우선은 서로의 연락처를 적어
두기로 하자."



  이후 나는 내 손바닥의 소연과 민후, 윤영의 번호를 메모했고
그들도 다 메모를 마쳤다. 이후 소연이 물었다.



  "그럼 공중전화나 유선 전화를 이용하면.."

  "이미 오래전에 끊어뒀겠지."



  나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고 말을 이었다.



  "시골이니만큼 면회객도 적을 뿐더러 공사중이라고 
도로 앞에 팻말을 세워두고 단 몇시간 뒤에 오라고 하면
그만이겠지. 제기랄. 완전히 고립무원이군.."



  나의 말에 이들의 얼굴 색은 하얗게 탈색되어 갔다.
나는 입을 열었다.



  "그래도 아직 희망은 있다. 그들. 의사와 이 간호사
그들만 막는다면 우린 이곳의 여러 사람들을 살리고
우리 또한 살아남을 수 있다.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
나는 지금 부상을 당했지만 움직일 수 있고, 여기
민후 군은 아주 건장한 체격이니 큰 도움이 될거야.
그리고 윤영은 이곳의 장애물과 건물의 배치 등에 
익숙하니 큰 도움이 될것이고, 마지막으로 소연은.."



  소연은 나를 잔뜩 긴장한 채 쳐다보았고 나는 작게
한숨쉰 뒤, 말했다.



  "민후 옆에 잘 붙어있어라. 괜히 시끄럽게 떠들지말고."

  "뭐라구요?! 내가 언제.."

  "쉿!"



  터벅터벅. 나는 멀리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숨을 죽였고,
나를 따라 모두들 숨을 죽였다. 그리고 조금 뒤 멀리서
이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간호사님? 여기계세요? 안게신가요?"



  그 목소리를 들은 윤영은 몸이 잔뜩 굳은 채 가만있었고,
그에 들려온 발걸음 소리는 다시 1층으로 멀어져갔다. 나는
숨죽이고 있는 이들을 향해 말했다. 



  "지금 한시가 급한 상황이니만큼 두 조로 나눠서 행동할게.
나와 윤영은 의사와 이 간호사를 유인할테니 너희 둘은 밖으로
나가서.."



  나는 이들에게 도망쳐 신고하라는 말을 하려 했으나, 말하던
도중 들려온 소리에 말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철커덩! 챠르르륵! 탁!



  그 소리는 분명 쇠사슬로 문을 잠그는 소리가 확실했다.
이에 나는 그들에게 말했다. 



  "지금.. 빠른 탈출계획은 불가능하게 됬다."



  나의 말을 듣고 소연이 놀라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방금 너희가 들은 소리. 그건 쇠사슬로 문을 잠그는 
소리가. 직접적인 탈출계획은 취소다. 이전에 산책하며
무슨 병원 창문이 모두 쇠창살로 막혀있나 의아했었는데..
제기랄. 생각이 짧아도 너무 짧았다."



  내 말을 들으며 시사각각 표정이 변하던 이들의 얼굴은
어느새 체념의 빛을 띠고 있었다. 나는 이들을 위해 말했다.



  "이젠 어쩔 수 없다. 우린 그들을 제압해야만 한다. 혹은
죽이던지."

  "죽..이다니요?"



  내 말에 놀란 민후가 되물었고 나는 말했다.



  "그럼 소연이가 저들에게 죽는 꼴을 보고있을텐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제압하거나 죽여야겠지. 이제부턴 살기위해
발버둥치는게 자신과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행위임을 명심해라. 어떤 일이
있던지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 알겟나?"



  나는 말하며 이들을 바라보았고 한눈에도 이들의 얼굴에
비장함이 가득 깃든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이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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