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의(白衣)의 악마 ] - 5부




  나와 윤영은 현재 의사와 이 간호사가 장기를 축출하고
있는 101호실의 오른편 계단에 숨어있었다. 그리고 민후와
소연은 접수처 옆 쪽으로 나있는 가운데 계단에 숨어있었고,
나와 눈이 마주친 민후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연에게
무어라 작게 말했다. 이에 소연은 자기 옆에 놓여있던 소화기를
민후에게 건네주었고 민후는 그것을 나에게 들어보여 확인
시켜준 뒤, 제일 왼편에 있는 계단으로 일부러 뛰는 소리를
내며 이동했다.




  탓. 탓. 탓




  아무도 없는 병원이라서 그런지 소연과 민후가 뛰는 소리는
메아리 쳐 울렸고 그 소리는 그들의 귀에도 들렸는지. 101호
가깝게 숨어있는 나와 윤영에게도 그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으음..? 아직 마취가 안 된 환자가 있던가요?  이 간호사가
확인좀 해주시겠어요?"




  절그럭.. 팅!




  "그럴리가 없는데.. 금방다녀올테니 실수없이 마무리 해둬요."

  "킥! 염려마세요~ 제가 이래뵈도 최연소 천재 의사 아닙니까?
키긱!"

  "..최연소와 천재 사이에 '미친'이라는 단어가 빠졌네요"

  "그렇습니까? 키킥!"

  "에휴.."




  터벅. 터벅.




  스윽.




  이 간호사의 발소리가 들리자 나는 윤영이와 몸을 더 깊이
숨겼고, 복도를 내다보았다. 이 간호사는 발소리가 들린 102호실
왼 쪽 계단을 향해 멀어져갔고 그녀의 손에는 은색 빛을 띠는
메스 한 자루가 쥐어져 있었다. 그에 소연과 민후가 걱정되려
했지만, 나는 민후의 건장한 체격을 믿어보기로 했다. 아무리
메스를 들었더라도 운동한 청년을 어쩌지는 못할테니깐, 게다가
민후와 소연에겐 흉기아닌 흉기까지 들려있으니 괜찮을꺼라
생각하며 그를 믿었다. 나는 이 간호사가 102호의 코너를 돌아
모습이 사라지자, 뒤에 숨어있을 윤영을 향해 한시라도 빨리 의사를
처리하자고 말하려 하는데..

  나는 갑작스레 후두부에 강한 충격을 느끼며 눈 앞이 컴컴해지는
경험을 해야만했다.







  [민후의 시선]



  저 멀리 숨어있는 아저씨가 보인다. 나는 아저씨에게
무기인 소화기를 들어보이고는 괜ㅊ낳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나는 뒤에있는 소연의 다치지 않은 손을
붙잡고 반대편 102호 왼쪽 계단으로 뛰어갔다. 우리의
발소리를 들었는지 101호실에서 무슨 중얼거림이 미약하게
나마 들리더니 이 간호사가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걸어나왔다.
나는 혹시나 들킬까 싶어 조심스레 살피자 이제 이 간호사는
1층 접수처를 지나고 있었다. 나는 소연이와 발소리를 내지
않도록 조심하며 계단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202호실
앞에 있는 벽에 기대어 소화기를 양 손으로 붙들고 긴장
한 채, 이 간호사가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저벅. 저벅. 저벅.




  '한 걸음.. 한 걸음만 더..'



  나는 끈기있게 참고 또 참았다. 다리는 후들거리고 얼굴과
등엔 연신 식은 땀이 흘렀지만, 묵묵히 참아내고 있었다. 
이 간호사의 백색 간호사 복 끝자락이 보이자 나는 그녀의 머리가
있을곳이라 예상되는 곳에 있는 힘껏 소화기를 횡으로 휘둘렀다.




  퍼억!




  콰지직!




  터덩덩..




  나는 손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감촉에 소화기를 놓쳐버렸다.
무기를 놓쳤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는 급히 계단을 바라보았고,
그 댓가로 서 있던 자리에서 바로 속에 있던 모든 걸 게워내야
했다.




  "우웨엑! 우웩! ..보지마! 절대로 보지마!!"




  나는 연신 구역질을 해대며 뒤에 있던 소연에게 작게
소리쳤고, 소연은 눈물을 글썽이면서도 필사적으로 계단을 보지
않으려 애썼다. 내가 소화기를 너무 강하게 휘두른 탓에 이 간호사의
머리는 소화기와 콘크리트 벽 사이의 충돌로 수박이 으깨어지듯
머리 위 쪽이 깨어져 있었다. 눈알은 한 쪽이 튀어나오고 머리속에
있어야할 뇌는 계단을 따라 뚝뚝. 뇌수를 흘리며 쏟아져 있었다.
그 중에서도 나를 더욱 역겹게 한 것은 머리가 깨진 와중에도
입을 뻐끔거리며 간헐적으로 몸이 꿈틀거린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함참동안 속에 있던 것들을 게워낸 뒤, 소연에게 말했다.




  "돌아서..가자. 아마 아저씩 쪽도 끝나있을 거야. 2층 복도를
지나서 101호 오른편 아저씨가 있던 계단으로 가자"

  "..응.."




  내가 말하자 소연이는 내가 많이 걱정되는 듯 부들거리는 내 어깨를
쓰다듬어 주었고, 나는 그런 소연을 위해 괜찮다고 말해주고는 방금 전
아저씨가 최 간호사님과 숨어있던 계단을 향해 몸을 옮겼다. 그런데..




  "..왜 없는거지? 여기 있어야 하는데.."




  그 때, 101호실에서 소름끼칠듯한 의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킥! 최 간호사님 그동안 어디계셨습니까. 이렇게 황홀한 광경을 두고서요.
키힛! 아아~! 아름답지 않습니까? 약동하는 생명의 근원에서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붉은 눈물의 향연.. 아아아~!!"




  하지만 그 뒤에 들려온 목소리를 나를 더욱 소름끼치게 만들었다.




  "사람 심장은 그만만지시고, 이제그만 병원을 떠야해요. 시간이 얼마
없거든요. 당신도 돈을 위해 시체를 갖고노는건 아닐테고, 지금까지 시체
4구에서 나온 돈만 해도 해외는 충분히 나갈 수 있겠죠, 그 돈이면 해외
금발 미남 미녀들의 황홀한 장기들도 수 없이 볼 수 있을 텐데, 괜찮잖아요?
아니면 여기서 이 시체들과 같이 매장되는 것도 나쁘진 않겟군요. 후훗."




  지금 들려온 목소리는 분명 최간호사가 확실했다. 그렇다는건..
나는 소연에게 작게 말했다.




  "소연아. 최 간호사도 의사와 한패였던것 같아."




  그에 소연이도 알겠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흐음~힛. 그것도 좋군요. 그럼 지금 이 장기들만 박스에 담아 내려가도록
하지요! 그런데.. 이 시커먼 남자는 이대로 둬도 괜찮겠나요~? 죽지도
않았는데요오?"

  "네. 기절했으니 아마도 여기있는 시체들이랑 함께 묻힐거에요."

  "키힛! 그럼.. 이간호사는요?"

  "어머! 배려도 깊으셔라. 돈만 밝히는 돈벌레는 시간만 끌다 묻혀주면 그만
인걸요~ 후훗. 애당초 이 간호사는 돈 때문에 사람을 죽였으니, 우린 그런
쓰레기를 세상에서 지워준 셈이지요. 으음~ 봉사활동 이랄까요?"

  "오오~! Excellent ! 아름다운 결말입니다."

  "그럼 이만 내려가죠, 상인들은 병원 밖 검은 봉고차에 대기하고 있으니
물건을 박스채로 팔고 돈을 받은 후, 앰뷸런스를 타고 인천 공항으로 직행
하도록 하죠. 이의있나요?"

  "Never! 그럴리가요 키히힛!"




  터벅.터벅.터벅.터벅..




  그들의 발소리가 접수처를 통해 이어진 지하계단으로 멀어져가자 나는
서 있던 자리에서 주저앉아 버렸다. 이 모든게 최 간호사의 짓이라니..
나는 정신을 차리려 크게 쉼호흡을 하고나서 방금 전 최 간호사의 말에서
아저씨가 죽지않고 살아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었다. 나는 소연을 101호실
밖에 두고 나 혼자 101호실 안쪽으로 들어갔다.




  "웁..! 우웁..!!!"




  나는 터져나오려는 구역질을 억지로 힘겹게 참으며, 101호실 중앙 바닥에
드러누워있는 아저씨를 복도로 끌고 나왔다. 그리고 아저씨의 숨이 고른것을
먼저 확인하고는 숨소리가 고르자 아저씨의 뺨을 때려 기절 상태에서 깨어나게
만들었다.




  "으..음.."




  아저씨가 정신을 차리자 나는 아저씨께 조금 깨어날 시간을 드리고서 다시
101호실 안을 바라보았다. 101호실안 안에는 사람이라고 말하기 힘든 형태의
고깃덩이들이 난무했다. 침대걸이며 옷걸이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대장과
소장이 마치 소세지처럼 걸려있었고, 침대 주변에는 버려진 장기들이 널브러져
있어서, 101호실 안에는 흰색의 벽면이 모두 붉은 색의 끈적거리는 피칠로 메워져
있었따. 내가 그 흉한 관경을 보고 눈물 짓고있는데, 난 뒤에서 누가 내 어깨에
손을 얹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저씨.. 괜찮아요?"




  나의 물음에 내 어깨에 손을 얹고있던 아저씨는 크으..하는 신음성을 내고는
뒷통수를 매만지며 말했다.




  "난 괜찮은것 같다. 그것보다 네 옆에있는 여자친구 먼저 살펴라.
방 안을 들여다보고 너 혼자 그렇게 울고있으면 어져친구 속은 어떻겟나."




  나는 아저씨의 말에 옆을 돌아보았는데 옆자리에선 소연이가 나를
보며 소리없이 펑펑 울고있었다. 나는 그런 소연을 안아주며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난 소연이를 안은 채 101호실을 지나 1층 접수처까지 걸어왔다. 아저씨는
정신력이 대단하신 듯 금방 정신을 차리시고는 절뚝거리는 걸음걸이로
곧 나를 따라 접수처 앞으로 오셨다. 그런 아저씨를 지켜보던
나는 문득 무언가를 높이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한참을 인상쓰며
고민하다가 갑작스레 떠오른 사실에 아저씨에게 소리쳤다.




  "아저씨! 시간이없어요!! 그들은 이 병원을 폭파시키려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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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탓하기보다, 먼저 자신의 그릇이 작음을 확인해야 한다.
- 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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