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의(白衣)의 악마 ] - 6부



  [아저씨의 시선]



  역시나. 내가 전에 지하주차장에서 확인한 사실은 틀리지
않았다. 짙은 화약 냄새와 지하에 숨겨진 폭탕. 그 양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작은 병원 하나쯤 날려버리는건 
소량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겠지. 나는 민후와 소연에게 다급히
말했다.




  "지금 지하로 내려가면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른다. 반드시 몸을
챙기도록 해. 죽으면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반드시 끝까지 살아
남아라 내가 최대한 지켜주마."

  "네!"




  나의 말에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대답하고 나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일단 지하로 내려가보자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이 병원 건물 밖으로
도망치는 수 밖에 없다. 의사와 최 간호사가 밖으로 나가려면 지하
주차장을 개방해야겠지. 그 때를 노리는거다."




  나의 말이 끝나자, 민후는 바로 말했다.




  "아까 아저씨가 기절해 있을 때 들었는데 밖에 검은 봉고차에
장기 밀매상들이 타고 있댔어요. 그들과의사와 최간호사가 거래를
할 동안 건물에서 멀리 떨어지면 될 것 같아요."




  민후의 말에 나는 동의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는 발걸음을 옮기려했다. 하지만 뒤에서 들려온 소연의 목소리에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럼.. 여기계신 할머니랑 할아버지들은요? 이 병원 붕괴된다면서요..
모두 구해야죠!"




  나는 소연의 말에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그녀에게 말했다.




  "일단은 우리가 이곳을 피해서 연락을 통해 환자들을 후송하는게 빠를거다.
그렇게 되면.."

  "아까전에 시간이 얼마 없다고 했단 말이에요! 흐흑.."




  소연은 소리치며 울었고, 나는 그런 소연에게 조금 독하게 말했다.




  "현실적으로 볼 때, 지금 당장 살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최간호사, 최윤정은 어릴적부터 너무 치밀한 탓에 친구가 없었지
그 재능이 이런 일에 쓰일 줄은 몰랐지만.. 그녀가 이 곳이 붕괴
된다고 말했다면 그 일이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게다가 그 정도로
치밀한 여자이니만큼 내가 이 병원에 온 순간 모든 계획을 약간씩
수정했겠지. 내가 오지 않았더라면 이 곳 모든 환자들의 장기는 없어지고
버려진 육신만이 남았을거다. 그리고 나로 인해 건물 붕괴의 시간이 조금
앞당겨졌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최 간호사가 시간이 없다고 말한 걸 보면
지금 매설된 폭탄은 아무래도 시한폭탄일 것이다. 그것이 수동이라면 내가
어떻게든 해볼 테지만.."




  나는 잠깐동안 말을 끊었고, 그런 나를 소연과 민후는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어쩔 수 없이 사실을 말해주었다.




  "내가 오늘 아침 지하주차장을 수색했을 때, 아주 약하게 삐빅!하는 소리를
들었다. 이건 그 폭탄이 자동화 된 시한폭탄이라는 증거다. 무슨소린지 알아
듣겠나?"

  "그..그건.."




  소연은 말을 잇지 못했고, 그런 소연에게 나는 냉혹한 판결을 내리는 판사처럼
냉정히 말했다.




  "현재로서는 내 손으로 폭탄의 해체가 불가능하다. 우리가 이곳에서 무사히 빠져
나갈지도 미지수이고, 그렇다면 네 본능을 따라라 일단 살아야한다. 그러니
더 이상은 따지지말고 따라와주길 바란다. 다른 방도가 없는 사실에 마음이 아픈건
나또한 마찬가지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어서 내려가자."




  나는 말을 마치고서 지하주차장에 내려가는 계단을 따라 이동했다. 이동 중
나는 내 허리춤에 꽂아 둔 리볼버와 총알 한 발을 확인했고, 무사히 있는 걸
확인하고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때 즈음. 우리는 지하 주차장의 입구에
들어설 수 있었다.




  "어엇!저기!!"




  지하 주차장에 들어서자마자 민후의 놀라는 소리에 나는 긴장한 채 앞을
바라보았다.




  "저건.."




  내가 앞을 보았을 때, 볼 수 있던 건 목 뒤가 날카로운 무너가로 베어져
붉디 붉은 피를 블리며 하나의 피 웅덩이를 만들어 죽어있는
흰색 가운을 입은 의사였다. 나는 갑작스런 의사의 죽음에 의아해졌다.




  "의사가 어째서 이런곳에서.."




  부르르릉!




  파앗!




  내가 부릉거리는 소리에 앞을 바라보았을 때, 앞에서 강렬한 헤드라이트
불빛이 비춰 나의 눈을 부시게 만들었다. 그리고 잘 보이지 않지만 차 문이
닫히고 사람이 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목소리가 들려왔다.




  "궁금하지? 왜 죽였는지?"

  "최윤영.. 너냐."

  "그러엄~ 나밖에 더 있겠어? 후훗!"




  나는 처음들어보는 그녀의 간드러지는 목소리에 소름이 돋는걸 느끼며
그녀에게 말했다.




  "의사는 왜 죽였나? 동료 아니였나?!"

  "..뭐? 동료?"




  그녀는 나의 말이 굉장히 우스운 듯 깔깔거리며 한참 동안을 경박하게
웃다 말고는 웃다지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키킥! ..죽이는 데 무슨 이유가 필요해. 그냥 죽이는거지."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빛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손과 그 손에 들린 
무언가를 우리를 향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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